2007 Minstrel, Romace, and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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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3월 2일

원효로 ( 元曉路 ) 와 청파동 ( 靑坡洞 ) 에서 낭만적인 시를 짓고 환상적인 그림을 그리다 .

제 10 회 개인전 문화일보갤러리기획초대 2007_0502 ▶ 2007_0515 (서울/한국)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날 오후 3시 즈음에 이리로 오세요. 뿌연 겨울 해가 따뜻하고요 그 해가 보이는 창가에는 조용한 새들이 가끔 날아가요. 그리고 바흐의 아리오조를 첼로독주로 들으면요 그 어떤 여행지보다 그 어떤 천국보다 더 천국 같거든요. 바닥엔 너무 깨끗하지 않게 먼지 몇 개 찬찬히 얹혀 져 있고요 새로 단 표백하지 않은 베이지 빛 광목 커튼이 찬 겨울바람도 막아준답니다. 편안한 의자에 앉았다가 좀 겨를이 나면 따뜻한 홍차도 끓여 드릴께요 당신이 꼭 이 곳에 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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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충相衝의 미학 ● 문자와 그림의 조합은 2005년 개인전《사계》와 지난 2006년 독일 뮌헨시청갤러리에서 열렸 던《친구 넷-사군자》전시1)에서 그래픽을 이용, 문자와 그림을 오버랩하며 구체적으로 영상화되기 시작한다. ‘문자 (단순한 텍스트가 아닌 의미를 지닌 문자)’가 작품 안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된 이번 전시는 시, 서, 화詩書畵 일치 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또 다른 방향’이란, 그의 작업이 동양화의 기본이 되는 지, 필, 묵紙筆墨과 시, 서, 화 를 적절히 따르면서도 표현방식으로는 다양한 매체, 즉 형광안료와 천, 라이트박스 등을 혼용하고, 내용은 문학적 서정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은유와 함축의 상징성을 사용함으로써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이중적 작풍을 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얼개처럼 짜여진 구조는 한 매체나 기조가 다른 것에 흡수되는 형국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함으로써 퇴진출신(退陣出新_낡은 것을 사라지게 하고, 새로운 것이 나타나게 함)2)의 국면을 본 능적으로 시도한다…. ● 홍지윤의 작업은 이렇듯 텍스트와 이미지가 상충한다. 또한 먹과 현대의 안료가 상충한다. 종이와 미디어 역시 충돌한다. 이 다층적인 충돌은 작업 전면의 적절한 장치와 구조를 통해 해결되고 화해함으로써 홍지윤의 퓨전동양화3)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시대의 문화적 선구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 환상은 어디에 작가 는 환상을 시공간과 대유하며 순차적 정의를 내린다. 그것이 지나간 것에 대한 환상(喚想, illusion)이든, 지금 눈앞 에 보이는 환상(幻像, phantom)이든, 나도 모르는 새에 일어나는 환상(幻想, fantasy)이든, 실체도 없이 허망하고 덧없는 내일의 환상(幻相, vision)이든. (홍지윤, 작업노트 중에서, 2007) ● 이번 전시의 모태가 된‘환상’의 인상 은 익숙한 일상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감정들을 구체화 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터무니없지만, 즐거운 상상의 나래 는 작가적 상상으로 발전하여 앞서 언급한 다양한 매체와 내용으로 작품에 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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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하늘 들국화 밤 아홉 시가 넘어야 해가 지는 뜨거운 여름날의 뮌헨은 사람으로 하여금 어딘가를 바라보게 한다. 먼 어디가 아니라 그저 바로 눈앞에 큰 나무와 그 사이에 작은 이파리 그 이파리가 모인 큰 나무 큰 나무와 큰 나무들이 모인 숲을 바라보게 한다. 이내 처량하게 들리지 않는 검은 새들의 몇 마디 울음이 들리면 그것은 단지 울음이 아니라 무리를 빠져 어딘가로 향하겠다는 인사의 말이었다는 걸 흩뿌리듯 따로따로 날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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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숲과 숲 속에 자리 잡았던 검은 새 무리의 틈새 찬란한 노을 사이사이에 때 이른 커다란 들국화의 그림자 노을 지는 서쪽하늘 들국화, 들국화가 서럽다. 서럽다. 서럽다. 서럽다

……..홍지윤의 작업은 시상詩想 에서 출발한다.
그의 글은 순수한 외면적 사물, 인간활동에 대한 과장된 묘사도 아니며 내면적 영혼, 사변, 철학에 대한 추구도 아니다. 현실적 인간세계에 대한 긍정적이고 낭만적인 인식과 느낌이고 동 경과 집착이다. 여기에는 일종의 풍성하고 젊은 정열과 상상이 스며들어 있다. 설사 낙심, 우울, 슬픔에 대해 묘사 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속에는 역시 젊음, 자유, 기쁨의 기운이 약동하고 있다. 그 기운은 글과, 글을 담은 글씨와, 글씨를 벗한 그림을 통해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렇게 작품은 운율韻律을 담는다…………홍지윤의 작업은 이 렇듯 텍스트와 이미지가 상충한다. 또한 먹과 현대의 안료가 상충한다. 종이와 미디어 역시 충돌한다. 이 다층적인 충돌은 작업 전면의 적절한 장치와 구조를 통해 해결되고 화해함으로써 홍지윤의 퓨전동양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다. 시대의 문화적 선구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2007 성윤진 (문화일보 갤러리 큐레이터) /
‘환상 변주곡’ 음유낭만환상 개인전 서문발췌

…… 세 상은 모든 게 침이고 독이다.
주위의 모든 존재와 현상 , 작가 자신과 교접하는 모든 일상을 비틀지 않고 고스란히 화폭에 착지시키는 방법에 있 어서 , 홍지윤의 작품은 사변이나 관념을 초월한다 . 그의 작품은 오히려 진실에의 착지 ( 着紙 ) 에 가깝다 . 느낌을 수월 하게 시각화시킬 줄 아는 역량에서 그는 느낌을 가지고 논다고 해야 할 것이다 . 느낌을 구조화하고 해체하고 논다 는 것은 현상의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단계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 초월적이다 . 자신에로의 환원적 시각을 세상에 되돌리는 방식에서 홍지윤의 느낌의 이미지는 리얼리스틱하기도 하다 .
“ 내게 세상은 모든 게 침이고 독 ” 이라는 말처럼 작가는 세상의 모든 날이미지를 소재로 삼는다 . 시각에 머무르지 않고 청각 , 촉각 , 공감각적 촉수를 가진 작가에게 세상은 쭈볏쭈볏한 예각으로 선 이미지일 것이다 . 어머니의 죽음 , 주위 사람의 배신 , 풍경의 심상찮음을 작가는 객관화시킬 줄 안다 . 천상 홍지윤은 아티스트인 것이다 .
따스한 시선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홍지윤의 감수성은 일상과 감각의 리얼리티를 찾기 어려운 요즘 미술계에서 오히려 실팍하다 . 내면의 풍경화라는 안채가 있다면 작가는 그 안채의 뒤꼍과 앞마당을 자유롭게 노 다닌다 . 화면의 울림은 그 놀이 속에서 얻는    또 하나의 혜택이겠다    ………….

2007 정형탁 (
전시 , 출판기획자 ) /
Culture news
리뷰 & 칼럼 풍경의 뒤꼍 ‘ [ 전시리뷰 ] 홍지윤 《음유 낭만 환상 - 원효로와 청파동에서 낭만적인 시를 짓고 환상적인 그림을 그리다》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