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뜨거울 때

황톳길을 뒤돌아 찾아가던 당신의 처소 근처,
울창하던 나무들이 모두 옷을 벗고
하나도 부끄럽지않은 모습으로 나란히 줄지어 서 있던 벌판위에서
당신의 얼굴을 보았어요.

늘 납작하던 당신의 얼굴은 그날 따라 유난히 광채가 났었고
마치 초란의 작은 부피에 노른자만이 가득한 것만 같았지요.
잠깐 그런 모양을 하다가
당신은 이내 부끄럼 없는 나신의 나무들의 행렬속으로 빠져들어갔지요.
그런 당신의 얼굴을 뒤로 한 무심한 자동차는 한 길, 또 한 길을 지나
당신과 유난히 닮은 당신의 처소에 다달았지요.
나는 알게 되었지요.
좀 전에 보았던 기운을 다한 태양은
나를 대신 해 미리 그려놓은 당신의 얼굴이었다는 것을요.

황톳길을 뒤돌아 찾아가던 당신의 처소 근처,
울창하던 나무들이 모두 옷을 벗고
하나도 부끄럽지않은 모습으로 나란히 줄지어 서 있던 벌판위에서
당신의 얼굴을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