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 바다 03 검은 바다

검은 바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무명의 꽃들, 바다 속을 유영하는.

그가 검은 바다를 만나러 가네.

간혹 진기한 꽃들만이
어지러운 날씨에 반응하며
간혹 고개 내밀고 있었네.
그가 검은 바다를 만나러 가네.

처음엔 그저 서로 바라만 보았네
이내 그도 꽃처럼 바다 속을 헤엄치네
그가 바다의 편이면 바다는 그를 삼켰고
바다가 그의 편이면 그가 바다를 삼켰네.

그가 검은 바다를 만나러 가네.

뜨겁게 사랑한 마지막 밤처럼
뜨겁게 사랑한 마지막 하나가 되기 위해
뜨겁게 사랑한 마지막 서로를 삼키기 위해


그가 검은 바다를 만나러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