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Korea Tomorrow _ Exhibition_Sungkok Art Museum _ Artist interview

About Hongjiyoon :
http://koreatomorrow.org/wp2/project/hong-jiyoon/
Artist Interview :
http://blog.naver.com/tomorrow2011/220476295264

1. 전반적인 작업설명 및 제작과정
- 주로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나의 작업은 아시아적 사유를 기반으로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구현한다.
다원적인 융합을 추구하는 작업의 특성은 아시아의 전통과 한국성에서 비롯되었으며 청년기에 맞이한 디지털 사회로의 변환은 한국에서 단일하고 보수적인 동양화를 전공하며 겪은 무거움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지극히 동양적으로 성장한 나의 외면과 개방적이고 다중적인 성향으로 이루어진 내면에 대한 탐구, 그리고 근본적인 동양화와 서구적인 일상과 경험에 대한 상대성의 인식은 다원적인 융합에 접근하게 된 경로가 되었다.

노자철학은 음과 양으로 상대성을 말하며 둘의 관계는 조화롭게 합일하여 새로운 객체가 된다.
이를 차용한 작업의 과정에서, 내가 바라보는 상대적 대상들과 그 사이에 존재하는 다중적 요소들은 고유의 성격을 유지한 채 서로간의 교차와 편집을 통해 융합되어 동서고금을 다루게 된다.
꽃과 새는 모두 고유명사로 불리는 개별적인 하나의 존재이지만 한마디로 존재를 규정할 수 없다. 각각 다른 여러 겹의 꽃잎이 한 송이의 꽃이 되고, 여러 깃털이 모여 한 마리 새의 형상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내가 말해왔던 퓨전동양화는 음과 양, 동과 서 등의 이분법에 의한 융합이기보다는 그 사이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 ‘겹’에 주목하고 있다.
수 많은 겹이 새롭게 하나가 되는 ‘퓨전’이 예술세계의 근본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혼성적인 내’가 ‘하나인 나’로 존재하는 현실적인 경위를 규명하고 이를 작품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이자 배경이다.

작업은 나와 상대적이거나 상반된 대상을 동일화하는 동양적인 자작시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이를 주제로 하는 회화가 토대가 되어 현실적이고 표면적인 다중매체와의 융합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작품의 형식과 내용 또한 각각 고유의 것으로 존재하며 상대적으로 작용한다.
형식에 있어서는 지필묵, 시서화, 전통색, 동양적 소재 그리고 이와 상대적인 전통 오방색에서 기
인한 미디어의 색인 형광색과 다중매체의 사용이 그것이다.
또한 내용에 있어서는 서화동원의 체계, 시적 감수성, 유희와 직관적 사유, 이와 상대적인 인터넷
정보와 디자인적 요소, 분석적 취향, 서구적 미감, 일상의 경험, 활달한 기질 등이 그것이다.
초기 작업에서 이러한 점은 인문과 기술의 융합으로 설명되기도 했으며 대칭적인 동일선상에서
객관화 되어 작품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궁극적으로 나의 작업은 동양적이고 공감각적인 내 ‘영혼’과 ‘삶’이 빚어내는 수많은 겹에 대한 질문을 기록하고자 하는 것이며 여기서 파생되는 미술과 미술주변의 경계 넘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작품에서 주로 등장하는 형광색의 ‘색동’ 또는 ‘무지개’는 혼돈스럽고 축제와도 같은 희로애락의 삶을 하나로 드러내는 은유적 도상이며 색동이 모여 피어난 ‘색동꽃’은 작업의 형식과 내용을 일괄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1. 전반적인 작업설명 및 제작과정
- 하나의 작업이 완성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시나요?

어떤 한 순간에 벌어지는 일들은 예측할 수 없는 맥락으로 전후 관계를 이룬다.
나는 내 안의 수 많은 나와, 일상경험의 나, 그리고 나와 관계된 경계의 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직관과 유희로 통찰하며 이들을 하나의 미술적인 ‘대상’으로 보려고 한다.
여기에는 작품구현을 위한 구체적인 관찰, 그리고 의도와 계획 등의 과학적 분석의 과정이 있다.
이는 작업에서 ‘시적인 은유’로 드러나며 주로 시어 또는 노랫말로 표현된다.
작품의 전개는 주제와 구성을 말하는 ‘자작시’를 지어 노래가사나 문학적인 요소의 차용 등에서
출발하며 글씨로 쓰거나 회화로 그리거나 다중매체에 의해 구현되어 여러 갈래로 파생된다.



2. 특정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작품명과 내용설명, 제작과정 및 제작배경)
- 기억에 남는 작품 중에 페이스북 친구들, 블로그 이웃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 제작과정 및 배경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4. 예술/관객에 접근하는 방향
- 작품에 작가님의 직/간접적 경험이 어떻게 녹아나나요?

봉별(逢別) - 만남과 헤어짐 : Being and dead _ Meet and separate 2011
가끔, 어느 때. 지난 날 그려놓은 그림이 타인의 과거처럼 다가 올 때가 있다.
이 작품은 문득 손톱에 바른 분홍매니큐어를 보고 떠오른 2년 전 중국 베이징 따산즈 TN갤러리 개인전에서 전시한 세 폭으로 된 분홍색 꽃나무 그림 <활보闊步 : With Big Stride>와 그 무렵 읽은 이상(李箱)전집 중 에피소드 : 시 <꽃나무> / 소설 <봉별기>가 모티브가 되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나약한 지식인으로 하얀 날개를 접고 고전과 모던의 틈을 살아간 사람 이상. 그에게서 포스트 모던과 가치혼돈의 틈을 살아가는 지금을 본다.
그의 이상이자 자화상인 금홍과의 만남과 이별은 불협의 극한에 이른 장소인 ‘금홍’의 방’에서 끝내 파한다. 한 그루의 꽃나무에서 피어날 유일한 꽃을 피워내고자 봉별을 거듭하는 삶의 가치와 현실, 그리고 나와 내 주변과의 관계와 불화를 환유한 공감각적인 이 작품은 입체와 조형오브제, 비디오 작품 으로 이루어진 기생 금홍의 방을 통해 구현되었다.

작품의 이면에는 이상의 시 <꽃나무>와 이를 위한 나의 오마주인 자작시 <생멸>, 그리고 1930양식의 입체와 조형오브제를 시각화하기 위해 만나고 헤어진 그녀들만의 꽃나무를 피워냈을 현실의 금홍: 동대문 종합상가 2층 오뚜기 주단 언니 / 동화상가3층은 자수상가 초원자수아줌마 / 청계천 8가 황학동 상보당 아줌마 그리고 일찍 돌아가신 엄마와 나의 에피소드가 있다. 그녀들과의 여러 번의 만남과 이별을 뒤로하고 신작’봉별’을 완성했다.
나에게 작품 ’봉별’은 새로 피워낸 꽃나무가 되었다. 비록 생각했던 그 꽃나무가 아니었을지라도. 비록 흉내에 불과했을지라도. 내 엄마가 나를 피워냈고 시들어갔던 것처럼.
이상과 금홍이 그렇게 만났고 헤어졌던 것처럼.


꽃나무
이상

벌판 한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근처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히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히 꽃을 피워 가지고 섰소. /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 수 없소. / 나는 막 달아났소. / 한 꽃나무를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 나는 참 그런 이상스러운 흉내를 내었소.


생멸(生滅)

홍지윤

꽃 그림자 하나/ 꽃 한 송이/ 꽃 그림자 둘/ 꽃 두 송이/ 꽃 그림자 셋/ 꽃 세 송이
그 많던 그림자들/ 그 많던 꽃들 // 피어났다가 시들어지다.



“빨래: 예술은 내면에 존재하는 보잘것없는 수 많은 자갈과도 같은 기억 들 속에서 몇 가지를 골라내어 반짝이게 닦아, 흔히 볼 수 없는 보석 한 알을 만들어 내는 일 또는 능력이다.”

작품의 발단은 모든 것을 유연하게 감싸는 동양 정신을 의미하는 ‘물’을 ‘나의 본질-영혼’의 문제에 대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빨래’는 훼손된 옷을 ‘물’로 세탁하여 옷의 본질을 더욱 ‘옷답게’ 한다는 의미이다. 나는 여기서 비롯된 사유, 그리고 행위와 결과가 공존하는 다중적 대상인 ‘빨래’를 통해 전통적인 아시아의 가치와 정서로 동서고금을 융합하려는 작가적 지표를 드러낸다. 한국의 군사분계선 부근에 위치한 남한의 최북단 옹진군 백령도 <사곶사빈: 2차 대전시 천연비행장>에서 촬영한 이 작품은 현실의 삶과 내 마음 그리고 내 미술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는 작품의 도상이 디자인된 여성의 옷, 군복, 그림을 넌 세 줄의 빨랫줄로 구현되었고 그 사이를 춤추는 무용수 (군복 천으로 만든 한복을 입은)의 장고퍼포먼스는 내면과 미술의 무수한 경계를 허물고 그 사이를 오가고자 하는 작가의 단상을 말하고 있다.



3. 영감 / 계기/ 에피소드
- 한마디로 나의 작업(혹은 예술철학)을 표현한다면?
내 작업은 눈빛, 별빛, 달빛이다.


4. 예술/관객에 접근하는 방향
- 작가님의 작업의 궁극적인 의미를 정의한다면?

나의 작업은 나와 구분된 대상을 동일하게 여기고 음양의 조화를 꾀하는 동양적 정서로 이루어진 ‘시 언어’로 되어있다. 그것에는 단순히 규명할 수 없는 인간의 존재와 시공간의 덧없음에 대한 회한(悔恨)이 낙관적 은유와 상징으로 담겨있으며 이를 회화로 그리고 다중매체와 결합한다.
나는 고유한 영감과 인문적인 체계와 폭넓고 다양한 구체적인 포맷을 구현하여 현대미술의 다원적인 측면에서 아시아의 정신이 자리하는 접점을 찾고 보편성을 획득하고자 한다.

최근 내가 말하는 ‘아시안 퓨전Asian Fusion’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다원적으로 변용하는 것에서 점차 문화와 인문의 공감각적인 해석에 대한 접근을 말한다.
그것은 현대미술의 담론 위에서, 그리고 때로는 미술의 너머에서 아시아의 정신을 축으로 하는 동서고금의 융합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동서고금의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간극과 겹에 주목해 왔으며 이러한 수 많은 겹을 하나로 아우르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4. 예술/관객에 접근하는 방향
-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반드시 전달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나의 작업은 ‘유희’이고 ‘직관’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미감은 표면적으로 유교적 관습의 영향과 내적으로 민간무속(巫俗)의 영향이 뚜렷하게 공존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이유로 인해 형식을 지키면서도 변형이 가능한 미감을 만들어 왔다는 것에 동의하는 반면, 직관적인 내 기질과 맞물리는 화려하고 활달한 내적 미감에 집중한다. 그것은 돌멩이 하나에도 혼이 깃들어있음을 믿고 탑을 쌓아 소원을 비는 생명력과 자유로움에 대한 존중이다. 이는 직관적이고 유희적인 민간의 사유체계에서 비롯되었으며 단지 종교로써의 개념이 아니다. 영혼과 에너지에 대한 문제이다.
‘붉은 악마’나 ‘촛불시위’는 역동적이면서도 정신적이며 무엇보다 한국적이다.

상대적인 것을 동일선에 두고 둘의 겹을 관찰하여 융합하는 작업과정에서 생명력과 자유로움이
깃든 영혼과 에너지의 발현은 중요하게 작용한다.
모필에 의한 몰골법 (沒骨法: 전통동양화의 기법에서 윤곽을 그리지 않고, 먹이나 채색을 찍어서 한 붓에 그리는 법)과 전통의 오방색이 변용된 형광색의 사용은 이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5. 나의 작업의 목표 / 아티스트로서의 목표
- 앞으로 어떤 작가로 기억에 남고 싶으신가요?
아시아의 전통적 사유과 한국성이 현대미술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패러다임을 제시했으며 직관적이고 유희적인 은유의 시詩 언어로 동서고금의 경계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