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Korea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_ Magazine

Q) 유연한 삶을 알게 하는 수묵의 동양적 특성을 배움으로써 자신의 작품에 ‘동양적 사유체계’가 기반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처음 느꼈던 수묵의 매력과 15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의 수묵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처음 제대로 수묵을 접한 것은 수묵운동을 하셨던 선생님의 연구조교를 하면서 수묵추상작업을 하면서부터였습니다.
아주 간단한 질료인 물과 먹으로 모든 것의 깊이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물과 먹이 동양철학을 대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과 자연을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았던 동양에서 물은 생명이고 그 자체로 삶과 예술의 이상적인 태도를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양에서의 먹, 먹색은 색 이전의 색으로 색의 근원입니다. 오색(현존하는 색)을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검을 현玄이라는 말에는 우주와 우주의 색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알수록 신비로운 동양의 이야기들은 현실의 과학문명과 서구의 생활양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이해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시도했던 초기 <홍지윤의 퓨전동양화>는 지필묵과 서화동원의 표현과 의미를 지향하되 이것을 현실에 맞추어 쉬운 동양화를 하고자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이 두 양자간 사이에서 이렇게 저렇게 변주를 했었던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 최근 다시 수묵화를 되돌아 보고 작업하면서 느끼는 수묵의 매력은 정신을 설명하지 않아도 눈과 감각으로 만으로도 수묵을 즐기고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또 그것이 그야말로 현대의 수묵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디자인적인 범주에서도 이해하게 되고 미술작품으로도 더욱 명료한 작업을 하고자 하는 생각을 합니다.
최근 젊은 작가들이 하고 있는 수묵화의 변형은 재료의 사용에만 국한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본질(정신과 역사 그리고 물성)을 공부하고 수묵화를 한다면 반드시 중봉中峯을 사용하고 발묵潑墨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먹을 먹답게 보이게 할 뿐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동양적 사유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모필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작가님을 통해 모필이야말로 작가의 에너지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원동력임을 깨닫게 됩니다.
현대적인 장르와의 콜라보를 꾸준히 진행하시면서도 모필을 고집하는 그 이유에 대해 한 번 더 말씀 부탁 드립니다.

모필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어찌 보면 매끈하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는 과장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상업적 자본주의냐 아니냐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한 에너지란 것은 보여지는 것 외의 것, 예술의 가치,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본질
그리고 단지 향수로 끝나지 않는 현실적 전통입니다.
다이어트나 운동, 성형으로 변할 수 없는 내 몸과 정신 속에 들어있는 원본.
이런 것들을 사랑합니다. 나는 내 작업에서 이런 것들이 겉으로 보여지는 꽃 형상보다 더 잘 보여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