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주부생활 8월호 - 홍지윤의 퓨젼동양화

홍지윤의 퓨젼 동양화


1 선생님의 작업실 특징이라면 작품이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골조가 드러나는 높은 천장에 작품의 가변 설치가 가능하도록 칠한 화이트 회벽 마감이 포인트라 할 수 있겠죠. 여기에 바닥의 일부에 보일러를 깔고 나무 바닥재를 깔아 작업실이면서도 집 같은 분위기가 나도록 한 것도 이색적이고요. 이밖에 선생님이 작업실을 꾸미실 때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에게 있어서 인테리어는 그 사람이 사는 공간을 살아가는 동안 편안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의식하고 꾸미기 보다는 그 무렵에 떠오르는 상상 (이것은 제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곧 작품의 컨셉이 되겠지요 _ 예를 들면 작년12월 피렌체비엔날레에 출품한 점시리즈 그리고 지난3월 전시한 포스코 미술관의 RED ROSE & POSCO展의 장미그림이라든가....)같은 것들을 그려서 벽과 기둥을 꾸미고 그것의 색과 형태에 맞는 숨겨둔 소품들을 꺼내 사용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편안히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그것을 토대로 그려진 그림들이 전시장에서 설치가
되어질 때 어떤 방식이 되어질 것인가 연구하고 지인들과 수강하는 학생들을 위한 작은 갤러리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제 작업실 인테리어의 중점적인 부분입니다.

수묵그림을 그리다보면 물을 사용하게 되는데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처음엔 참 불편했어요.
그래서 작년 초에 이전에 사진 작업실이었던 이곳 구석에 있는 암실을 개조해서 작은 욕조와 싱크대 그리고 배수 공간을 마련해서 작은 공간을 꾸몄습니다.
직접 고른 스페인산 타일과 수도꼭지 그리고 유리로 된 칸막이를 좋아하지요.
그리고 여자이기 때문에 오래도록 작업을 하려면 건강을 고려해야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한 작업하는 넓은 홀이 작업에는 효용이 크지만 겨울에는 추워서 작업실의 3분의 1가량을 온돌을 놓아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컴퓨터 영상 작업을 이곳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되어있는 이 곳은 집과 같은 느낌을 주어 긴 작업시간의 긴장감을 줄여주기도 합니다.




2 작업을 하는 공간인 동시에 조용히 명상에 잠겨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공간, 파티 등을 통해 사람들과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공간 등 이 작업실이 선생님에게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가 담겼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해요.



하루에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내기 때문에 이곳은 저의 생활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 여름에는 바깥보다 시원하고 겨울이면 또 따뜻해서 참 좋아요.
처음에 작업실을 구하러 돌아다니다가 들어섰을 때 천정이 높고 벽이 온통하얀색이라서 마음이 트이는 기분이었어요. 또한 사방이 유리로 된 이곳의 햇살이 참 좋았어요. 어두운 것보다 밝은 것을 좋아해서 낮 시간에 이곳에 있으면 참 기분이 좋아요.
밖에 작은 베란다에서 피어난 이름 없는 들꽃들과 여름화초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유리에 비친 사람들의 실루엣을 감상하기도 하고 ..... 그러다가 그것들이 그림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 작업은 대부분 밤에 이루어지지만요.
그리고 이곳은 퓨젼동양화를 배우는 수강생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수년간 모은 각종 화집과 동/서양서적 그리고 저의 그림들은 공개되어 자료로 사용되고 여분의 컴퓨터로 학생작품이 만들어 지기도 하지요.
그리고 주변이 홍대근처라 즐길만한 공간이 많긴 하지만 조졸하게 차려놓은 음식과 저렴한 와인 그리고 몇 개의 양초만 있으면 언제든지 파티장소가 되는 곳이기도 하지요.
지인들은 모두 저와 제 그림들을 좋아하고 예뻐 해 주는 사람들 입니다.
새로 만든 작은 부엌에서 쉬운 계절 요리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재미있는 일도 만들고 밤늦도록 음악을 듣고 하는 일이 가끔 갖는 휴식의 전부입니다.
그러니까 작업의 영감을 꺼내주기도 하고 작업을 위해 강의를 통해 돈을 벌어주기도 하고 호화롭진 않지만 파티 장소도 되어주고 작업실은 저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지요.




3 그림을 그리고 직접 조명을 설치하고 사진을 찍어(참, 선생님 사진 찍는 것도 배우셨나요?) 컴퓨터에 올려 색감을 추가하고 동영상으로 제작하는 등의 선생님이 하시는 일상적인 일들을 비롯하여 강의를 하거나 하는 등의 작업실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자세히 알려주세요.



원래 동양에서는 시/ 서/ 화 (詩 書 畵) 라고 해서 이 셋을 하나로 여겨 모두에 능한 사람을 삼절三絶이라 일컬었지요. 유명한 동양화가 중에는 이러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고전 또는 전통의 그것이 단지 예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지금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의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제 작업은 글씨와 글(주로 詩) 그리고, 드로잉/그림, 영상 이렇게 나뉩니다.
화선지에 붓으로 그려지는 전통적인 동양화의 재료를 가지고 일상적이고 현대적인 컨셉과 디자인적인 컴퓨터 테크닉을 사용하여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드는 것이 저의 작업입니다.
때문에 위에 나열한 분류들은 모두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선지에 쓴 글씨와 시는 컴퓨터에 옮겨져서 제 특유의 새로운 글씨체와 또 다른 하나의 그림이 되어 작년10월에는 “화선지 위의 시간(정글프레스) ”이란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7년간 그리고 쓴 시와 간단한 수묵드로잉이 소개되어있습니다.
그리고 피렌체비엔날레(로렌조 일 마그니피코상 2회수상_ 2001/2003)와 파리트리엔날레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주로 천이나 화선지에 그리는 “사유思惟”를 소재로 한 수묵 추상형태의 작품들이 있지요.
마지막으로 제가 노력을 기울이는 퓨젼동양화의 맥락과 가장 가까운 수묵(水墨)애니매이션 영상작업(“큰 새_ 붕”2002/ “가을날 저녁에”2003/ “백만송이 장미”...2004)이 있는데
이것은 수묵으로 그린 작품들을 직접촬영하거나 스캐닝하여 컴퓨터상에서 수묵의 색 그대로 또는 색을 첨가하고 저의 글씨체로 된 시를 넣어 만들어집니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서 편집프로그램으로 연결하면 하나의 애니매이션 작품이 됩니다.
이러한 수묵 애니매이션 영상은 이제까지 우리나라에 있어서 동양적인 소재와 기법으로 된 애니매이션이 드물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며 단지 상업적인 측면의 애니매이션이 아닌 이미지자체와 수묵의 특징을 살린 영상작품을 실험한다는 데에 의의를 둡니다.



4 선생님께서 개척하신 새로운 코드 퓨전 동양화. 동양화를 이런 식으로 발전시키게 된 동기나 이유가 있다면, 또한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으며 일반인들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가길 원하시나요?



저는 홍익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 졸업 수년간 작품 활동과 대학과 대학원에서 동양화와 한국화론을 강의했습니다.
그리고 동양적인 모티브를 가지고 영상작업을 하고 싶은 바램으로 연세디지탈 헐리우드에서 3D애니메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이후로 디자인 관련 학과의 강의를 하게 되는 등 단지 동양화만이 아닌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폭넓은 강의를 하게 되었지요.
따라서 그만큼 동양화 이외에 패션 영화 인테리어등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도 커 졌구요.
어떻게 하면 자연에 가깝고 인간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면을 가진 동양화를 사람들에게 많이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밥을 먹듯 그림을 그려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에 대한 어떤 소임 같은 것들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그림을 그렸지만 특별히 전공한 것이 동양화인데 동양화는 다양한 사람들이 접하기에 부담스러운 부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동양화 하면 한복을 입고 가만히 낮아서 명상을 하며 특별한 사람들이 그리는 그림이라고 생각하고는 하지요.
때문에 저는 이런 동양화가 동양화를 전공하는 대학생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동양화 붐을 위한 제 나름의 작은 운동이라고 할까요?
전시장에 걸리는 그림이나 인사동에서 민예품으로 팔리는 그림이 아니라 자연에 가까운
지필묵의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하는 그림이 일상에서 마치 연필과 펜 또는 컴퓨터를 사용하여 일기를 쓰듯 친숙해지고 디자인적인 감각을 통해 얼마나 현대적이고 신선해 질 수 있는지 실험하고 싶습니다.

현재 디자인정글 아카데미에서는 “홍지윤의 퓨젼동양화”라는 이름으로 강좌가 개설되어있습니다. 주로 편집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사람들 그리고 동양화를 쉽게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제 강좌를 듣습니다.
이 강좌에서는 동양적 디자인 발상에서부터 동양화의 기초가 되는 수묵화의 기초드로잉과 서예 그리고 쉬운 사군자, 수묵화 일기, 먹으로 그리는 각종 캐릭터 그리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들을 재료로 그래픽툴(포토샵/프리미어)을 통한 디자인에의 적용이 시도됩니다.
강의를 개설한지가 1년 남짓 되어 가는데 강의를 수강한 수강생들이 완성된 스스로의 작품을 보고 얼마나 놀라는지 모릅니다.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지필묵은 미술교과과정에서 다루어지지 않아서 거리가 느껴졌을 뿐, 기본적인 지필묵을 경험하고나면 모두 다 즐거운 놀라움을 경험하곤 합니다. 보람된 일이지요.



5 라이트 박스 안에 담긴 작품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수묵으로 그린 그림을 컴퓨터상에서 수정하고 원하는 이미지에 맞게 첨가하는 작업을 하다보면 동영상이외에 스틸컷으로 특별히 남기고 싶은 마음에 와 닿는 장면이 생겨납니다.
이것은 종이에 그려진 그림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픽적인 효과를 최대화 하기위해 라이트박스에 옮겨보게 되었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리의 간판이나 햄버거가게의 메뉴판위에 수묵그림이
들어가게 된 것이지요.
최근에 이 작품이 전시되어지기도 했는데 일반인들과 건축 관계자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들 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내부에서 불이 켜지는 조명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거실이나 방안에 특히 아파트의 인테리어에 잘 어울리더라고 하더군요.



6. 앞으로의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있다면?



먼저 전시계획은 8월 31일 대구에서 열릴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에 참가 할 예정이고
내년 3월에는 아트포럼 뉴게이트에서 개인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늘 해 왔듯 꾸준한 국내전시를 통하여 수묵화를 실험하고
피렌체 비엔날레에서 알게 된 미술관계자와 작가들과 뜻을 같이 하여
독일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외국전시에 힘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전통을 중시하는 유럽에 수묵그림과 수묵애니매에션 영상물을 알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출간 계획은 올해 가을 시즌에 “홍지윤의 퓨젼동양화”라는
수묵화 교재가 나옵니다.
한글과 영어로 출간되어 외국인과 디자이너 그리고 동양화를 배우고 싶어 하는 비전공자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내용을 담을 계획입니다.
또한 틈틈이 쓰고 있는 시들과 작은 수묵드로잉그림들을 모아
작년에 출간한 “화선지위의 시간”의 후속 작을 꾸준히 출간하려고 합니다.
이 책의 내용은 제가 살면서 느끼는 감정과 작업에 대한 영감의 밑그림이 되는 것이자
일기이기 때문이죠.

또한 동양화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영상 관련에 대한 심도 있는 공부를 한 후 제 그림을 소재로 한 디자인 캐릭터와 인테리어 상품개발 그리고 상업적인 영상물 제작이 어우러지는 연구소 개념의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수묵화의 현대적인 실험과 한국디자인 감각충전을 위해 작은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