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1115 - with 경기대 예술비평전공 김정은

홍지윤 작가와의 인터뷰

Eun: 이번에 한국 예술가 분들과 일본 카구라자카에서 공연을 하셨는데 어떠셨어요?
Yoon: 어떻게 아셨어요? 사람들이 가구라자카를 거기 잘 모르던데..
가구라자카는 동경의 오래된 유서깊은 동네에요.
천왕의 궁이 근처에 있고 예전에 게이샤들이 살던 곳이라고 해요.
최근에는 프랑스 문화원과 이국적인 풍물들이 들어와 오래된 일본전통의 상점과
서양 음식점을 비롯한 상점들이 조화가 되어 전통이 맞물려 형성된 문화적인 동네이지요. 마치 우리 서울의 삼청도 부근 같다고 할까요? 제 작업의 의미가 어울리는 곳이죠.
그곳에 이와토(Iwato)라는 동경의 45년 된 유서 깊은 극장이 있어요.
이번 공연과 전시를 진행 한 분이 그곳에서 연극기획을 했던 인연으로 극단의 초청으로 일본국제 교류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일 이었어요.
극장 안에 설치된 그림과 영상작품은 낮에는 전시의 형태가 되고 저녁때는 퓨전국악하는 분들의 공연과 함께 한 무대미술이 되었지요.
그야말로 제가 추구하는 복합문화의 실현이었지요.


퓨전전시를 하고 온 거죠. 3일전시하고 요코하마 트레엔날레 도 보고 왔어요.
Eun: 이번에 화장품 브랜드와도 작업을 같이 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하게 되신 건가요?
Yoon: 제 작업 중 ‘세상의 모든 꽃들’ 이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LG생활건강팀 디자인팀에서 ‘오휘’화장품의 블로셔와 포장에 제 그림을 디자인 하게 되었어요.


Eun: 이번 전시회의 선생님 작품의 꽃을 보면서 선생님만의 색이 있는 것 같았어요.
저한테 는 그 색이 색동저고리를 연상하게 하였거든요.
그 색을 쓰시게 된 동기나 계기가 있으셨나요?
Yoon: 의상디자인을 하시던 엄마의 장안에 있는 화려한 색감의 천들을 보고 자랐어요.
아무래도 어릴 때의 무의식적인 기억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원래 화려한 색을 좋아하기도 했구요.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렸는데
그때에는 수채화나 서양화를 주로 그렸어요.
색과 물을 잘 사용한다고 칭찬 해 주시던 선생님으로부터 동양화를 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고 동양화를 전공하고서부터는 학부에서 주로 채색화를 그렸어요.
자연스럽게 대학원 졸업논문은 ‘전통채색화 연구’였고, ‘민화를 중심으로’가 부재였어요.
이후 주로 동양화의 오방색을 위로 한 채색화로 작업을 하다가 그 전통의 화려함 을 더 많이 쫓고 싶단 생각이 들게 되었어요.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기 시작한 즈음에 얼마 되지 않아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유럽으로 한 달간 배낭여행을 가게 되었고 그 곳에서 니키 드 생팔 (Niki de Saint Phalle) 이라는 작가에 매료 되었고 그때부터 점차 전통기법의 동양화에서 현대적인 작업으로 전환을 하게 되었어요.
이후 2006년 독일로 레지던스를 가게 되었을 때 우연히 대형 독일 화구상점에서
형광안료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후 한국에 돌아와 그것을 가지고 작품을 하여 전시를 하게 된 것이 2007년 개인전 ‘음유 낭만 환상’의 작품들이에요.
詩, 書, 畵를 현대화 하는 것과 함께 형광색을 사용하게 되었죠.
근래에는 점점 더 색이 화려해 지고 있어요.


Eun: 선생님의 작품에는 새와 꽃이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특별히 그 이유가 있으신가요?
Yoon: 원래 꽃을 그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꽃그림은 그저 여성 취향 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2006년에 주로 수묵 사군자 작업으로 회화를 많이 그렸어요.
뮌헨기간동안에는 사군자로 퍼포먼스도 했고 월드컵을 주제로 한 전시에서
축구공에 사군자를 그려 넣어 영상도 만들었어요.
그때부터 사군자에서 비롯된 꽃그림이 최근의 작품으로 변모하게 되었지요.
새를 그리게 된 동기라면....
제가 어려서부터 살아온 이층의 내방에서 바라보이는
전봇대의 전기 줄 한 줄이 창틀 안에서 보면 정확히 아름다운 각도로 지나가요.
그 위에 항상 비둘기 한두 마리가 앉아 있거나 잠시 머물다가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는 게 오래전부터 참 시적이고 낭만적으로 느껴졌고 잠에서 깨어나 정신이 들 때 까지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게 즐거웠어요.
2001년경 어느 날 작업실에서 먹의 농담을 사용해 새의 깃털과 몸체를 내 모습과 닮게 그려보고 싶어서 단번에 작은 화선지에 한 점 그렸더니 참 재미있었어요.
앉은 자리에서 날이 밝는 줄도 모르고 100여점을 그리게 되었어요.
그런 그림들이 2003년 5회 개인전 때 발표한 수묵영상(한 번을 날면 구만리를 난다 는 장자의 새를 의식한 큰 새 ‘붕’)에 그대로 묘사되었고 그때 그린 작은 새 그림들도 함께 전시되었어요.
2006년 독일 레지던스 기간 동안 뮌헨 예술가의 집 (Villa waldberta)근교에 위치한 호수에서 만나게 된 백조들과 오리들은 이국의 정취와 고국에 대한 향수를 자극 했고
이후 올해 2월에 가졌던 전시 ‘인생은 아름다워’시리즈와 ‘기도 또는 애원 , chopin-피아노
협주곡 제2번, Maestoso'에 나타나게 되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그림을 그리는 한 사람으로 이전보다 좀 더 삶에 가까워지는 제
심상을 긍정적이고 밝게 표현 하고자 즐겁고 자유롭게 나는 새들의 형상을 그리고 있어요.


Eun: 선생님의 시 중에 'All my everything' 이라는 글을 읽게 되었는데요. 갑자기 선생님 에 대
한 글 중에 새벽에 작업 활동을 많이 하신다는 글이 생각났어요.
별빛이나 달빛이 선생님께 많은 영감을 주나요?
Yoon: 'All my everything' 을 별빛, 달빛, 눈빛이라고 했지요?
실제로 밤하늘의 달이 기우는 것 같은 움직임을 관찰하는 일도 있지요.
옛날 사람처럼 낮에는 해가 만드는 그림자로 시간을 짐작 해 보고 밤에는 달이 기우는 방향을 보고 시간을 짐작 해 보고. 밤 작업을 할 때 창문가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달빛들이 정말로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도 같고 그래요.
그리고 별들을 바라보면 두 눈이 시원해지는 것 같고 달과 별은 함께 있어야 할 것
같고 그런 빛나는 별들, 빛나는 달, 그리고 사람들의 눈빛에서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에너지를 느껴요. 그리고 나는 내가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해요. 아마 동양화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인간이 자연과 하나라고 여기는 동양 주의적 사고방식에 어느새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Eun: 선생님 홈페이지의 드로윙을 보면 그림과 시가 한 편의 이야기 같거든요.
그림을 그리 시다 시가 생각나서 쓰게 되시는 건가요 아니면 시를 쓰다가
그거에 맞는 그림이 떠올라서 그리게 되시는 건가요?
Yoon: 저는 오래전부터 그날의 삶을 하루하루 짧은 일기나 혹은 단상으로 기록 했어요.
이러한 것들이 감성을 통해 정리되거나 혹은 그대로 풀어져서 한편 한편의 시가
되었어요. 그리고 이러한 시어들을 정리하고 바라보면서 시가 가지게 되는 자체의
운율과 글씨자체가 가지고 있는 조형성에 빠져들게 되었어요.
이러한 글과 글씨들을 이렇게 저렇게 모았다가 늘어놓았다가 하며 또 다른 형태를 상상 해요. 그러면서 그림도 그려지게 되죠. 순서는 따로 없어요.


Eun: 선생님 작품은 단순한 수묵화가 아니라 그래픽 작업이나 영상작업도 하시잖아요.
컴퓨터를 이용해 작업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Yoon: 화선지에 수묵과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도 쓰고 시를 적어요.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그래픽 작업도 해요. 그리고 그 데이터를 가지고 영상작업도 하지요.
동양화는 제가 오랫동안 공부해 온 것이고 많은 책을 읽으면서 잘 알게 된 분야이기
때문에 제 작업의 밑바탕을 채워주는데 있어서 부인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작업 주제는 동양적인 것, 불교에서 기인해요. 불교 자체가 자신
을 수행하는 것이며 동양화의 ‘지필묵’재료와 맞닿아 있고, 느림을 강조하는 동양적
정신이 동양화와 통하는 점이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저에게
전통적인 동양화만 한다는 것은 하나의 제약이기도 했어요.
저는 학창 시절 영화도 굉장히 좋아했는데 같은 영화를 좌석을 옮겨 다니며 보기도 했고 아트필름을 상영하는 작은 소극장을 극성스럽게 찾아다니기도 했어요.
시나리오를 보기 보다는 미장센을 중점적으로 보고 각 스틸의 시각적 요소와 엔딩 크레디트에 아트디렉터 이름을 알려고도 했어요. 이렇게 감각적인 면과 감성이 풍부했던 저에게 전통적인 동양화는 다소 답답하고 무거운 것이었어요.
2000년경 3D를 배우게 되면서 컴퓨터를 알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영상과 컴퓨터 그래픽에 가까워졌지요.
그 후 여러 컴퓨터 미디어와 만나게 되면서 현재 제 작업으로 변화하게 했어요.


Eun: 선생님을 설명하는 글을 보면 항상 퓨전 동양화라는 단어가 나오는데요.
선생님에게 있어서 퓨전 동양화란 어떤 것인가요?
Yoon: 제가 생각하는 새로운 문화는 문화와 문화의 충돌에서 발생된 새로움이에요.
그래서 제가 말하는 퓨전은 문화와 문화의 만남이에요.
동양화와 다양한 다른 것 의 유연한 만남이지요.
지금 저의 작업은 퓨전을 지나 포스트의 개념을 추구해요.
단지 합성, 혼성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작업자체가 하나의 맥락이 되는 것이지요.
처음 퓨전 동양화라는 말이 나왔을 때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대중화
되다 보니 제 작업에 대한 의미로 비슷하게 불리어지는 다른 것으로부터 객관화 하고 싶어져요.


Eun: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Yoon: 내년 8월에서 10월까지 중국베이징 따산즈의 대규모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질
계획이 있어요. 이제까지의 작업을 총정리하게 될 것 같아요.
회화나 영상 그리고 미디어가 가지는 미디어적 해석을 넘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업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간 확장적인 작업이 될 것에요.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박사과정에서 학문 적으로 제 작업을 정리하고 백업하려고 해요. 작가는 작업에 대한 확고한 자기논리와 자기세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지 ‘홍지윤의 퓨전 동양화’ 라는 말에 있어서 ‘퓨전’ 혹은 ‘동양화’라는 말에 국한되기보다
내가 주가 되고 작가인 내 세계 자체가 하나의 맥락 이 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내가 좀 더 구체화된 형태가 되겠지요.
그리고 앞서 말한 바대로 제 작업이 다른 문화와 건축, 디자인, 상품 등의 산업과 호환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더 유연한 자세를 가지려고 합니다.
또한 근래에 추구하고 있는 시, 서, 화의 해석에 의미를 깊이하고 확장하고 소재 개발에도 노력하고 싶어요.
기능적인 면(교육과 실험)과 문화적 해석으로서의 제 작업울 꾸준히 발전시킬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