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환타지

남산타워 곁에는 작은 동생처럼 송신탑이 하나 서 있다.
누군가 그랬겠지만 셋트로다가 빨강과 흰색으로 칠을 한 모양이 참 예쁘다.
그리고 이맘때 가을이 오면 알록달록 나무들이 얼씨구나 춤을 추는 것 처럼
남산을 뒤덮는 바람에 그들은 함께 아주 그럴싸한 조화를 자아낸다.
더군다나 오늘같은 날에는 먹구름과 흰구름들이 차례로 왔다 갔다를 반복하면서
그위에 그림자를 남긴다.
오후 서너 시부터 한 두어 시간 동안 친구와 둘이서
그림자가 이런 저런 모양을 남겼다 사라지고 다시 생기기를 여러번 반복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이야기들을 안주삼아 막걸리 서너잔에 하루를 보냈다.
휘영휘영 아, 벌써 날이 저물었나 했더니
곱게 서 있던 남산타워에서 고운 불들이 하나 둘 켜지면서 아까보다 더 고운 단장을 한다. .
이런 호사가 있을까.
가을도 즐겁고 남산타워도 즐겁고 막걸리도 친구도 즐거운 길고도 짧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