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접시꽃들판에 서서 Standing on the hollyhock 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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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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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東風流 최치원 展 :: 예술의전당 서예관 <21세기인문학의 재발견> 20140730-20140914

접시꽃들판에서서 220x160cm Acrylic on canvas 2014

꽃잎과 씨앗의 모양이 접시를 닮았고 둥글고 크고 화려한 접시꽃은 중국산 2년생 초본이다. 6월경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신라시대에는 촉규화(蜀葵花)라 불렸다. <東文選 卷4> <三韓詩龜鑑>에 수록된 최치원의 시 [촉규화]는 어려서부터 당나라에 유학하여 성공하였지만 작은 나라에서 태어난 신분의 장벽으로 고독으로 살던 자신의 회한을 접시꽃에 기탁하여 적은 대표 시이다. [계원필경]을 지은 독보적인 동북아의 문장가였지만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작은 나라의 진보적인 지식인은 외롭고 고되다. 누구나 안정을 도모하는 이 세상에서 남들과 다르게 늘 낯선 새로움의 앞에 서야하고 어두움 속에서 밝은 것을 찾아내야하는 것이 숙명인 예술가 또한 그렇다. 나는 약 1200년 전의 이 시를 읽으며 한마디로는 규정할 수 없는 그의 애닮은 삶에 공감했다. 슬픔은 원래 예술 표현의 발화점이라고 했다. 크고 화려한 접시꽃의 이면을 보았던 신라인 최치원의 슬프고도 날선 지성과 보이지 않은 것을 보이게 하려는 서정적인 역설의 한국인인 나의 색동 꽃을 만나게 하기로 했다.
접시꽃군락과 그의 시와 그에게 바치는 나의 지작시를 쓰고 그려 그의 삶을 축복한다.

                    蜀葵花

崔致遠

寂寞荒田側 繁花壓柔枝 香經梅雨歇 影帶麥风欹 車馬誰見賞 蜂蝶徒相窺 自慚生地賤 堪恨人棄遺

                     <접시꽃>

최치원

쓸쓸하고 거친 언덕 한 모퉁이에
탐스런 꽃송이 피어 가지 휘었네.
매화 비가 그치자 향기는 날리고
보리 바람결에 그림자 흔들리네.
수레에 탄 이 그 누가 보아주려나.
벌 나비 떼만 부질없이 날아드네.

천한 땅에 태어난 것 스스로 부끄러워
사람들에게 버림받아도 참고 견디네.

<접시꽃들판에 서서>

홍지윤

둥근 그대 얼굴 떠올릴 때마다
붉은 내 심장은 부풀어 올랐어요
푸른 하늘을 날면 그대를 만날까
푸른 바다를 헤엄치면 그대를 만날까
푸른 들판을 달려가면 그대를 만날까

둥근 접시꽃 들판을 떠올릴 때마다
붉게 달아오른 두 눈은 절로 감겼어요
그대를 다시 볼 수 없다면 날다 죽을까
그대를 다시 볼 수 없다면 헤엄치다 죽을까
그대를 다시 볼 수 없다면 달리다 죽을까

눈물범벅 한 없이 되 뇌일 때 마다
붉은 꽃송이 송이마다에 둥근 그대 얼굴이
붉기만 한 날 대신 해 그대가 왔어요

눈물범벅 한 없이 입을 맞출 때 마다
붉은 꽃송이 송이마다에 붉은 내 얼굴이
푸르른 그대가 다시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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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타이포그래피_권창륜 박원규 이돈흥 김영기 전정우 정도준 정병규 최창섭
+서화_박대성 김양동 김종원 노상동 문봉선 홍지윤 박병춘
+회화/사진_ 김종학 황재형 유승호 이강일        이길우 배병우 이갑절 조용철
+설치/미디어_서용선 최정화 장인선 전성근
정종미 채우승 오윤식 한상아
+필가묵무_홍승업 김무호 백승민 최령주 허회태

작고작가특별출연: 백남준 박생광